수량
금기를 어긴 소녀, 숲의 제물이 되다.
은빛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회색 눈,
피 묻은 터럭 사이로 보이는 그의 몸은
야수의 그것처럼 날렵하고 단단했다.
그날 밤, 붉은 머리 소녀 이나는 그의 영역을 침범했다.
그리고 숲의 주인이자 늑대족의 수장 쿤은
그녀에게 벗어날 수 없는 은빛 덫을 놓았다.
“개방되지 않은 날 숲에 들어온 자, 죽어 마땅하다.”
“어서 날 놔줘, 이 나쁜 놈아!”
“넌 우리가 정한 금기를 깼다. 그러니 네 목숨은 내 것이다.”
서슬 퍼런 쿤의 눈이 이나의 고집스러운 눈동자를 직시했다.
운명의 톱니바퀴가 돌기 시작한 그 밤, 쿤은 결코 알지 못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이, 그녀의 다갈색 눈동자가
자신의 심장을 지배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