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장 시혁의 취임식 날,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던 그녀, 은율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그의 비서다.
“두 번째 서랍, 보류철에 꽂아뒀습니다.
더 필요하신 서류는 없으신가요?”
“아직은.”
시혁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이참에 그동안 해왔던 쓸데없는 ‘그 짓’은
이제 그만두라고 해야겠는데 그녀를 보는 순간 말문이 막힌다.
‘이봐! 난 사장이라고!’
그녀는 그날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김없이 다음 스케줄만 이야기해주고…….
은밀하지만 은밀하지 않게 그의 구역을 침범하는 그녀 때문에,
시혁은 고민의 늪에 빠졌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제발, 이러지 마, 고 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