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써서 뱉고 싶게 만드는 여자야, 넌.”
까칠한 그의 입술에서 잔인한 말들이 담담하게 쏟아졌다.
왜 진작 하지 못했을까. 포기하면 이리도 쉬운 것을…….
미련도 기대도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마음은 공허로 가득 찼다.
뒤늦게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 참으로 애절하고 처절하게.
그렇게도 기대했던 말을 들었음에도 그의 마음은 고요했다.
“화도 내고 욕도 해. 분이 풀릴 때까지 옆에 있을게.”
그는 참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의 20대를.
그럼에도 둔한 그녀는 그와 함께한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낸 적이 많았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그의 사랑을 받았고 결국 배신감을 맛보게 했다.
그에게 주었던 외로움을 몸소 느끼고 나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그의 가슴은 다 타서 재가 되어버렸겠다고…….
함께 공유하는 건 ‘추억’이 아니라 ‘시간’임을 깨닫는 순간,
두 사람의 또 다른 시간이 재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