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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色 로맨스 : 일상 혹은 환상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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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utine/일상

    1. 쌈장녀/연두

    담당자는 목을 가다듬는 기침소리를 내더니 원래의 예의바른 목소리로 말했다.
    ― 고객님, 그럼 연체금은 언제까지 결제가 가능하신가요?
    보영도 얼른 원래의 수그린 태도로 돌아갔다.
    “다음 주까지 입금할게요.”

    비록 통장 잔액이 7,970원뿐이라도 신념에 어긋나는 일은 할 수 없다!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궁상 가난 프리랜서 강보영, 그 와중에도 커피는 절대 포기 불가. 그때 카드 연체를 알리는 전화벨이 울리자 고뇌의 시간이 시작되는데…….


    2. 매리지 블루/정지원

    “매리지 블루야.”
    “결혼 전에 갑자기 우울해하는 그거?”
    “그래. 무지 좋아서 결혼 결혼 날뛰던 커플이라고 해도 실제로 결혼 준비를 하면서 현실에 부닥치게 되면 당황하고 좌절하고 싸우게 마련이야. 생각하고는 다르니까. 이 사람이랑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데 괜찮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그래서 우울해지는 거고. 넌 더더구나 그 사람이랑 오래 연애한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런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남들 다 가는 대학에 가서 남들 다 하는 취직을 했다. 맞선으로 적당한 남자를 만나서 이제 결혼을 준비한다. 결혼하고 나면 적당히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그렇게 살겠지.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걸까 고민하던 순간 오, 첫사랑과의 재회라니.

    혹은

    illusion/환상

    3. 느와/이지환

    “느와.”
    “느와? 특이해. 불어인가? NOIR. 검은색이라는 뜻? 아니면 암흑인가? 아니, 밤일지도 몰라. 검은 보랏빛 밤이야. 그게 맞을 것 같군.”
    비를 맞은 바이올렛 꽃처럼 촉촉한 물기가 머금어진 눈동자가 반짝 빛을 튕겼다. 아주 짧은 응시 후에 여자는 거부하듯이 매몰차게 팔을 떨쳐내며 중얼거렸다.
    “틀렸어요. 그건 저주란 뜻이야.”

    오른손을 잃고 세상을 등진 천재 화가 우민. 색조차 잃어가던 그의 앞에 보랏빛 그녀, 느와가 나타난다. 그녀를 가져야만 했다. 자신의 낙인을 찍어야만 했다. 하지만 소통한 순간 사라져 버린 느와. 끝을 알 수 없는 사랑, 멈출 수 없는 사랑.


    4. 옆집 사는 뱀파이어/채현

    “아니, 저기. 뱀파이어도 사람인데 처음 본 사람 목부터 물 정도로 무례하진 않거든요.”
    그가 살짝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손 주세요. 손목에서 혈관 찾는 게 빠르니까.”

    도시의 구석에 둥지를 튼 '나'에게 다가온 불면증, 그리고 옆집의 그 남자. 희고 차가운 그가 말한다. 나는 사실 뱀파이어예요. 뱀파이어면 또 어떤가. 그저 나에게 깊은 숙면을 제공해 주는 자라면 악마라도 만나겠어. 아, 이미 만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