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병이 한계 아니었나? 가게 금고라도 들고튀게?” 인해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은 이 남자는 초면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주량과 고약한 술버릇까지 알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최이수.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기억 속에 ‘최이수’라는 남자는 없었다.
“저기 죄송한데…… 나랑 언제 어디서 만났었는지 말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피부가 워낙 하얀 데다 이목구비가 반듯해서 굳어진 남자의 얼굴은 마치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 같았다. “제가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요.” 서둘러 부연을 덧붙였지만 남자의 얼굴은 풀어질 줄 몰랐다. 이쯤에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인해는 남자가 누군지 알고 싶었다. “우리 아는 사이 맞아요?”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기억 못 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를 모른다고 할 때마다 남자는 저런 얼굴을 한다. 화가 난 듯, 슬픈 듯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