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채정
어렸지만 결코 어리지만은 않았던 사내아이.
소년이 언뜻언뜻 내비치는 애틋한 마음을
그저 덜 여문 서툰 감정이라 치부하며
그렇게 모르는 척했다.
소년이 습관처럼 보내 오는 열기 띤 시선을
그 시절 한 번쯤 겪고 지나가는 열병이라 우기며 방치했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은 나도 모르는 곳을 향해 단단히 여물어 가고 있었다.
IN, 우재
나는 기다렸다.
내가 그 여자 앞에 서는 것이 부도덕한 일이 되지 않도록,
나는 그토록 빨리 자라고 싶었다.
내가 그녀의 어깨에 지워 준 짐,
나로 인해 바래 가는 청춘,
내가 사라지면 그녀의 인생이 본래대로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은 빚처럼 쌓여만 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했고 아파했으며, 그리워하고 사랑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