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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잘나가는 하버드생 박혜준이 졸지에 개망나니 재벌 2세 운전기사나 해주게 생겼구나.
    “문 열어야지? 박 기사?”
    차 문 앞에서 멀뚱히 서 있기만 한 녀석의 의도는, 작정하고 그녀를 기사 취급하는 것이다.
    오냐, 좋다. 열어주마.
    “출발하지 않고 뭐해? 박 기사.”
    마치 들으란 듯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에 흘끔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의 동태를 확인하던 혜준은 살짝 숨을 멈추며 운전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재하, 저 개…… 아니 저 껄떡쇠가 여자의 목에 입술을 파묻고 있었다. 여자는 간지럼을 타는지 몸을 움츠리며 키들거리고 있던 것이다.
    그래, 웃어라. 저가 해봤자 이 BMW 안에서 뭘 더 하겠는가.
    어느새 웃음소리는 점점 잦아들더니 이젠 야릇한 신음소리가 그녀의 신경을 조금씩 갉기 시작했다. 저것들이 정말!

    차를 세우는 것을 보니 007인지 용가리 통뼈인지 모를 이 여자도 떠나려는 모양이다. 재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가라고. 그러게 험한 꼴 당하기 전에 갔어야지.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와 몇 가지 옵션, 그러니까 차 안에서 화끈한 장면을 서비스로 보태면 열이면 열, 다 차를 놓고 떠나버렸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성공률은 100퍼센트였다.
    그러나 혜준의 모습이 차창밖에 어른거리자 재하는 당황했다. 맞아, 이 차가 저 여자의 차였지. 그런다고 순순히 나가줄 줄 알아? 어느 누구 하나가 항복할 때까지 그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재하도령. 스킬이 부족해. 겨우 이 정도로 날 떼어내려 했다니 가소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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