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닥터 서는 요즘 그 찾아보기 힘들다는 ‘개천의 용’이란 말이지.”
“개천의 용?”
“그래. 개천의 용! 그런 말 있지? 요즘은 강남에서 용 나지, 개천에서 용 안 난다고. 이미 개천의 용은 희귀종이 된 지 오래됐어. 거의 단종이야.”
“단종이 아니라 멸종. 어쨌든 좀 의외다. 대단한 집안의 남자 아니면 엄마 눈에 차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34살. 서지훈, 닥터 서.
닥터 서인지, 닥터 용인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잠깐, 닥터 용? 닥터 용이라…… 용? 드래곤? 닥터 드래곤?

우수에 젖은 눈빛……. 슬픈 듯 물기를 담은 그의 눈빛이 멀리 시선을 두고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억지로 떼어내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고개를 돌리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
시베리아를 그대로 담은 듯 이토록 차갑고 시린 눈빛은 처음 보았다. 칼바람이 불어와 나의 몸을 휘감는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얼른 몸을 휙 돌렸다.
“고은채 씨?”
쿵!
뒤에서 들린 남자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간이 덜컥 내려앉았다. 주책없이 심장이 콩닥거렸다. 두 손으로 토트백의 손잡이를 꼭 잡고 천천히 돌아섰다.

야 빠다이두 끄 밤 말라 빠말루. 쓰 마예이 류보비유 ,바쉐이 줴노이…….
(Я подойду к вам мало-помалу. С моей любовью, вашей женой……./내가 그대 곁으로 조금씩 다가가 볼게요. 나의 사랑으로, 당신의 아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