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
짝사랑의 설렘과
만년 2등이라는 패배감을 동시에 안겨 주었던 그녀를
열사(熱沙)의 땅, 아프리카에서 다시 만났다.
“너 설마…… 이강…… 묵? 이강무…… 욱?”
때 묻은 의사 가운과 낡아 빠진 운동화에 가려진 그녀의 싱그러움은
눈에 맺혀 있는 14년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잊고 지냈던 그녀의 기억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꽁꽁 얼려 두었던 가슴이 불안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젠장!”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선을 그어 버렸다.
푸릇한 설렘을 준 고등학교 친구에게가 아니라
마가디 병원 외과의사 서연교에게
깐깐한 원칙주의자, 호텔 이사 이강묵으로서.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건 무슨 경우입니까, 서연교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