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그리스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던 여자, 젬마.

그때는 그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아버지의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손을 놓을 수는 없을 테니.

「당신 아버지를 구하고 싶다면 나와 결혼합시다」

나지막한 루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젬마의 신경을 더욱 긁어놓았다. 젬마는 무의식 중에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핥았다. 그 순간 루크의 눈이 번쩍 빛났다.「당신이 선택할 문제요. 그리고 지금 선택해줬으면 좋겠소」

또 그놈의 선택. 이번에는 확실히 협박이다. 젬마는 얼굴을 휙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왜 하필 나예요?」젬마는 루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소파에 느긋하게 기댄 루크는 유유자적한 표정이었다. 난 지금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데!

「그걸 꼭 물어봐야 알겠소?」루크의 눈길이 슬금슬금 젬마의 몸을 거슬러 올라왔다.

「아뇨!」젬마는 단호하게 쏘아붙였다.「하지만 결혼의 필수 조건은 사랑인데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사랑이란 게 존재하기나 하나? 사랑은 욕망의 다른 이름일 뿐이오」

*작가소개*

재클린 베어드(Jacqueline Baird)
그림을 그리던 재클린은 가족들이 유화물감 냄새를 싫어하자 취미삼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로맨스 소설의 매력에 심취한 그녀는 미국, 유럽, 호주 등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집필 활동에만 전념했다. 이후 고국에 돌아온 그녀는 어린 시절의 친구였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영국 북부에서 생활하고 있다. 취미 활동으로 배드민턴을 즐기며 주말은 남편과 함께 보트를 타면서 보낸다.

▶ 주요 발표 작품
Q-105 빗나간 표적
T-2 아내를 찾습니다
U-30 스페인의 사랑 / U-65 밀애
W-51 은밀한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