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
한 송이 만개한 수국 같은 자태에 현명하고 어진,
훈혁(薰赫)한 병판대감의 여식 유송우.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위험한 두 사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음에 없는 저와 혼례를 치른 연유를.”
신혼의 단꿈은 초야부터 깨지고 비통(悲痛)만이 남았다.
그런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이는 남보다 못한 낭군의 친우뿐이었다.
왕위 찬탈을 위해 마음에 없는 여인과 혼인한 진양군 진염.
양심의 가책 따위는 무시해야 했다.
“유 송우를 군(君)의 여인으로 만드십시오.”
때문에 그는 그녀와 입을 맞출 때조차 책사의 잔인한 말을 되새겼다.
반역을 설계하는 잔혹한 책사 건륜.
그의 발목을 고작 여린 수국 한 송이가 붙잡고 늘어졌다. 그를 뒤흔들었다.
“내가 겨우 여자 하나 때문에 이딴 고민을 하다니.”
여인을 왕자의 품에 밀어 넣은 것은 자신이건만,
그는 그녀의 곁을 맴도는 스스로를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