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참의의 딸에서 갑자기 좌의정의 양딸로, 또 군부인마마로, 신분이 널을 뛰게 된 설아.
대의는 무엇이고, 충심은 또 무엇인고. 그런 것 다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이 산 제물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내게 입 한번 맞춰 보시오.”
무례하고 야만스러우며 상스럽기 짝이 없는 이자가 군마마라고?
이대로 콱 꼬꾸라져 돌이 되어 죽는다 해도 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리라.
“소박 놓으신다고 해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싫습니다.”
이런 모자란 것. 쯧쯧. 거기서는 절대로 그런 마음이 아니옵니다, 진실로 연모하는 마음뿐이옵니다, 그렇게 말해야지.
율호는 갑자기 지금 이 순간이 즐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