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때 호텔계의 거물 체사레의 뉴욕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그를 짝사랑하기 시작한 엠마. 그 후 그녀는 스물여덟 살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지 않고 체사레의 영국 저택에서 묵묵히 가정부로 일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계모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울적해 있던 그녀를 체사레가 위로해 주면서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내게 되지만 다음날부터 엠마는 그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는데….
“당신을 사랑한다면 어리석은 거겠죠.”
엠마는 나직이 말했다.
“당신을 잘 아니까. 절대,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그렇다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요?”
체사레의 말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엠마는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가슴은 쿵쿵 뛰고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그렇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가 되겠죠.”
“당신을 잃고 싶지 않소, 엠마. 당신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내가요?”
체사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침대를 제대로 정리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거든. 내 집을 일사불란하게 유지시킬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