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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그 남자의 연인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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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 서규현.
    그리고 그의 여자 한보경.

    하얀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진이었다.
    이건 무슨 의미지?
    그 이유를 묻듯, 그의 시선이 책상위에 놓여 있는 보경의 사진으로 향했다.
    또다시 심장에 통증이 일었다. 낯설지만 그녀로 인해 어느새 익숙해 버린 질주의 리듬.
    걷잡을 수 없이 줄달음치고 있는 그것이 그녀에게 다시 묻고 있었다.
    대답해 봐, 한보경.
    그의 책에는 그녀의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그는 동생이 아닌 여자로서 그녀를 원했고, 사진속의 그녀는 그런 의미에 가까웠다.
    규현은 손에 놓인 그의 작은 사진을 노려보며 자조하듯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이군.”
    이것은 분명 금단의 공간에 발을 들인 대가일 터였다.

     

     

     

    그는 거만한 남자였다. 처음 만나는 순간, 이 남자는 그녀에게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깨닫게 해주었었다.
    그런데 이 반응은 뭘까. 이렇게 타들어가는 느낌은 뭘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떨림.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율.
    잡혀 있는 손목만이 아니라 어느새 그녀의 전신이 타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숨이 막혔다.
    “놔주세요.”
    “잠깐 기다려.”
    규현은 상앗빛 피부 위로 불거진 붉은 피를 본 순간 몸을 구부렸다. 안 그래도 그녀가 파편에 베이진 않을까 염려하고 있던 차에 핏방울이 눈에 잡힌 것이다.
    빌어먹을. 붉은 피를 보는 순간 그는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상처 부위는 아주 작아 보였지만 그녀의 몸에 생채기가 이는 게 싫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그 상태에서도 깨진 찻잔을 수습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