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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칸나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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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에는 들어가지 말아요. 그것만 지키면 됩니다.”

    비밀의 방을 잠근 채 거대한 성채에 자신을 가둔 푸른 수염.
    백 개의 눈동자로 요정을 감시하는 아르고스의 주인.
    어두운 동화의 주인공처럼 은밀하고 위험한 남자, 신우인.

    입주 비서로 저택에 들어온 세빈은 그의 눈에 무채색이었다.
    평면의 화폭에 압도적으로 그려진 붉은 칸나 앞에 서는 순간
    흑백이었던 세빈에게 색이 입혀진다. 여자가 된다.

    당신이 좋아요.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고 싶어.

    불가사의하고 매력적인 고용주의 시선을 자각하며
    서로의 손끝이 닿아 마음을 건드렸을 때
    잠들었던 짐승이 깨어나고, 욕망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당신이 갖고 싶어.”
    “나도 그래요.”
    “그럼 가져. 나도 당신 가질 거야.”

    푸른 수염의 굳게 잠겨 있던 공간이 열린 순간
    봉인은 깨어지고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우인이 들어선다.
    흐드러진 붉은 꽃잎처럼 활짝 열린 세빈의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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