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인 소리를 들으며 꿋꿋이 버텨 온 무명의 걸그룹 리더, 윤여리. 그녀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평생의 꿈을 내려놓고 물러나거나, 밑바닥에서 하늘 저 끝까지 올려 줄 강력한 스폰서를 만나거나. “자존심이라곤 다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어요. 걱정 말아요.”
성질머리 더럽기로 유명한 이화그룹 셋째 아들, 권이현. “네가 뭘 하고 있든 나는 관심 없어. 내가 원하면 너는 나한테 와야 돼.” 그는 자신이 원하는 건 뭐든 손에 쥐어야만 했다.
“계약이 끝날 때까지 너는 완전한 내 소유야.” 그의 말에 굳게 닫힌 방 문이 보였다. 지금 나간다면……. “대신.” 그가 턱을 괴고 여리와 눈을 맞췄다. 풀어진 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목이 야했다.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다줄게.” 끔찍했고, 동시에 탐이 났다. “다신 내려가고 싶지 않을 만큼 높은 곳으로.” 한 치의 거짓도, 허세도 없는 온전한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모든 걸 다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확신에 확신을 가졌다. “데려다주세요. 가장 높은 곳으로.” 비겁했던 욕심과 비뚤어진 외로움으로 시작된 관계. 여리여리한 복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