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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눈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겨울은 깔끔한 흰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봉투를 집어 든 겨울은 천천히 봉투 안에서 얇은 종이 두 장을 꺼내 펼쳐 보았다.
첫 장은 아까 적었던 가정관리사 서비스 이용 계약서였다.
의아한 표정으로 둘째 장을 내려다보는 겨울의 안색이 돌연 창백해졌다.
익숙한 필체로 쓰인 문구는 매우 간단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좋은 인연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눈을 몇 차례나 비비며, 자기가 써서 맞선남에게 전했던 게 틀림없는 그 편지지를 내려다봤다.
온 편지 가득 연필로 엷게 칠해둔 시커먼 편지지엔, 마치 음각 판화처럼 그 앞 장에 신호등 친구들이 적어두었던 낙서들의 볼펜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어쩌다 마누라를 세 번 갈아치웠는지 모르겠지만, 이쪽엔 신경 꺼주시기 바람.」
「재취 자리도 억울한데, 네 번째 마누라라니요? 님아, 정신 챙기셈.」
「양심이 좀 있어 보렴, 이 등시나.」
겨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할 새도 없었다.
맨 아랫줄.
익숙하고도 단정한 필체로 적혀 있는 그 문구를 내려다보는 순간, 겨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다.
「도망치면 죽는다. -하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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