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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믿지 않는 제피르는 친구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페이퍼와의 관계가 만족스럽기만 하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녀와의 우정이 지속되길 바랐던 제피르. 그러나 평온했던 그녀와의 관계는 어느 날 페이퍼가 그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면서 깨지고 마는데….

     

     

    “무슨 소리요?”

    제피르는 완전히 부동자세로 변했다.
    “임신이라고 했소? 피임 패치를 붙이고 있잖소.”

    “네, 그러고 있었죠. 그러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자리에 없더라고요.”
    그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패치를 붙인 자리를 조심스럽게 씻다가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임신했단 보장은 없어요. 말했잖아요. 패치를 중단해도 임신이 되려면 보통 몇 달이 걸려요.”

    “만약 임신이라면 중절을 할 생각인가?”

    “뭐라고요? 그럴 리가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는 페이퍼가 알아들을 길이 없는 그리스 어로 뭐라 말한 뒤, 회의실에서나 어두운 복도에서 부딪힌다면 겁이 날 만한 표정을 지었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