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
그를 처음 만났던 열일곱,
이 사람이라며 마음에 품었다.
그에게 차갑게 떠밀렸던 스물둘,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서른둘,
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던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
“정략결혼, 그런 거 있잖아.
가진 놈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하는 의미 없는 짝짓기.”
모든 것이 완벽한 김서하는,
그녀의 유일한 사랑이자 세상의 전부였다.
그런 그가 그녀에게 말한다.
“그냥 잠시의 유희라고 생각해.
왜, 너희 세상에는 흔하지 않아?”
집착에 가까워져 버린 지리멸렬한 마음뿐.
애달픈 그의 감정 따윈 보지 못한 채 그녀는 시들어간다.
이것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