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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민은 밤새 준비했던 독한 말을 쏟아내기 위해 숨을 골랐다.

    “싫어. 난 넓고 따뜻한 품으로 날 안아 줄 사람이 필요해. 너 같이 상처투성이인 인간은……싫어.”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 그렁그렁하게 눈물을 매단 눈, 한층 붉게 달아오른 입술, 점점 하얗게 바래지는 얼굴색 모두 그간 해주가 알고 있던 여민의 모습이 아니었다. 철딱서니 없는 안하무인에 사회 부적응자라며 자신을 향해 진심이 담긴 악을 써대던 그 윤여민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해주는 그녀가 지금 뱉어낸 모든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어떡하지. 너 거짓말하는 거 다 보여.”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없는 남자 정해주.
    사랑을 증오하는 여자 윤여민.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따끔따끔한 사랑이야기

     

     

     

    “상무님은 사랑해 본 적 없죠?”
    “티 나?”

    짐작은 했지만 정말일 줄은 몰랐다. 저렇게 멀쩡한 허우대에 완벽한 조건을 가진 정해주가 뭐가 아쉬워서 사랑 한 번을 못해 봤을까? 일에 미쳐서? 아니면 죽어도 잊지 못할 첫사랑이라도 있는 걸까?

    “아주 많이요.”

    해주에게 여자란 존재는 그저 귀찮은 고양이일 뿐이었다. 자기만 봐 달라고 가르랑대고, 관심을 주지 않으면 토라져 버리고, 심사가 뒤틀리면 발톱 세워서 할퀴어 버리고. 해주가 그간 보아온 여자들은 한결같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 제 눈앞에 앉아 잔 위에 소복이 올라온 하얀 크림을 혀끝으로 할짝거리는 한 여자만 빼고.

    “훗. 그렇게 티가 많이 나는구나.”
    “왜……안 하세요?”

    해주는 긴 다리를 꼰 후에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 여민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그 질문, 굉장히 바보 같다는 거 알아? 사랑하는 사람이 안 생기니까 사랑하지 않는 거지.”
    “사랑할 줄 몰라서 누군갈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고요?”

    정곡을 찔려서일까? 해주의 가슴 한구석이 뜨끔했다. 거뭇거뭇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을 무렵, 사랑을 주는 법도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물을 주면 새싹이 자라듯이, 모이를 주면 병아리가 닭이 되듯이 뭘 줘야 사랑이 쑥쑥 자랄까 하고 생각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추억이지만 그땐 그만큼 순진했다. 중요한 건 아직까지도 뭘 줘야 사랑이 쑥쑥 자라는지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줘가며 사랑을 키우고 싶을 만큼 관심이 가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

    “그런 감정까지 배울 만큼 여유 있는 사람 못 돼.”

    그럴싸한 변명이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뭘 줘야 사랑이 자라는지 몰라서 못했다고는 말 못하니까. 해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바쁜 제 처지를 마음껏 이용해 보았다.

    “하고 싶지 않으세요?”
    “그런 너는? 넌 사랑이 하고 싶어?”

    해주에게서 갑자기 화살이 돌아왔다. ……사랑이 하고 싶냐고? 훗. 여민은 속으로 비웃으며 얼굴 위에 가면을 하나 씌웠다.

    “제가 무슨 어린앤가요. 사랑타령을 하게.”

    사랑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있다는 듯 말하는 여민의 모습에 해주는 속지 않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속눈썹을 보았기 때문에.

    “근데 왜 나보고는 사랑하고 싶지 않냐고 묻는 건데?”
    “상무님과 전 다르니까요.”
    “뭐가 다르다는 거야?”
    “상무님의 자리가 원래 그런 거잖아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완벽한 여자를 어서 곁에 두셔야 하니까. 기왕이면 그 여자를 사랑한다면 더 좋은 거고.”

    정략결혼, 뭐 그런 시답지도 않은 소리를 하려고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밑밥을 깐 건가? 해주는 피식 웃으며 커피 잔을 입술에 대었다. 어느새 식어 버린 커피는 단맛과 텁텁함만이 남아 있었다.

    “싫은 건 죽어도 곁에 못 두는…… 성격이라.”

    해주는 말을 뱉다 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하여 말끝을 흐렸다. 말 그대로 싫은 건 절대로 곁에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꼭 좋아하는 것만 곁에 두는 건 아니었지만…….
    내 앞에 앉아 있는 저 여자를 군말 없이 데리고 있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후계자는커녕 지금의 자리보전도 힘들 거라며 안하무인이라고 쏴붙이기까지 했던 수행비서와 난 왜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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